더보기 그러니까 나의 별 볼 일 없는 역사는 아버지의 말로부터 시작했다. 그날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버지가 내뱉은 말은 빛의 속도로 우주를 유영하다 나에게 다시 닿은 것이다. 나는 이것을 운명이라 부른다. 엄마는 원장과 눈을 마주 보고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엄마가 자주 하는 우기기의 비법인데,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펼칠 때일수록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는 네모난데 왜 동그랗다고 하는 거예요? 라는 말을 내뱉는 학자처럼 말이다. 원장은 그럴 수도 있나? 하다가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고 엄마의 계락에 넘어갔다. 세상이 이렇게 얼렁뚱땅 생겼다는 걸 엄마를 통해 배웠다. 세상은 치밀해 보이지만 사실 대체로 엉성하고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것을. "웃긴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건 생각보다 중요해요. 그걸 알..